TO. 티엔 정


음... 뭐라고 말을 시작하면 좋을까요.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나요? 당신에게 이렇게 편지를 쓰려니 좀 어색하네요. 솔직히 그렇잖아요? 당신과 내 사이가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친한 건 아니죠. 저주편지라면 또 모를까.

당신과는 첫 만남부터가 최악이었죠.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당신이란 사람이 그랑플람의 숭고한 뜻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더군다나 아시아지부 스카우터 자리는 원래 제 것이 될 예정이었어요! 게다가 그 거만한 행동이라니! 솔직히 인정하세요 티엔정. 당신은 너무 재미없는 사림이에요. 수련 수련 또 수련. 완벽함을 추구하기에 스스로를 내몰았지만 결국 그것이 당신을 완벽하지 못한 존재로 만들게 될게 분명했죠. 당신이 말하는 ‘완벽함’은 그저 ‘강함’의 의미였으니깐요. 사람 사귀는데 당신은 영 서툴렀잖아요? 하랑군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 아니었고 저와는 두말할 것도 없었죠. 아 벌써부터 얼굴 찌뿌리며 지금 시비라도 거는 거냐고 짜증내고 있을 당신의 얼굴이 상상되네요. 걱정마세요. 절대로 그런 의도는 아니니깐요. 오히려 당신과 화해하기 위한 편지에요. 그래요 티엔정. 인정할게요. 나 당신이 꽤 맘에 들어졌어요. 서툴게 사람을 대하는 행동에서 느껴지는 외로움도, 완벽을 추구하는 당신의 과거도, 알게 모르게 배려하는 행동도, 그리고 당신의 곁에서 느껴지는 고요함도 나는 알아버렸는걸요. 설마 지금 당신의 과거를 읽었다고 화내는 건 아니죠? 솔직히 전 당신이 의심스러웠다구요! 뒷조사정도는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그래요 잘못된 일이라고 해야겠죠. 미안해요.

처음 당신에 대해 호의를 가지게 된 건 그날이에요. 당신이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와의 친목파티가 끝났던 그날이죠. 당신은 언제나 제 능력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고 저는 능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죠. 그리고 재단을 위해 능력을 쓰는 것 까지도 당신은 못마땅해 했죠. 그 파티는 친목을 다진다는 명목 하에 열린 파티였지만 재단의 입장에서는 수많은 정보들과 재단의 존립을 위해 중요한 파티였어요. 그런 곳에서 제가 능력을 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죠. 너무 오랜 시간동안 능력을 썻던 것이 문제일까요? 능력이 폭주한 것인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념들이 제 머릿속에 들려왔죠. 그리고 그런 저를 진정시켜 준 것은 당신이었고요. 당신의 곁은 조용했고 나는 처음으로 당신에게 의지했죠. 그리고 저도 모르게 당신에게 입 맞춰 버렸어요. 이제 와서 말하자면 그날의 키스 당신은 몰랐겠지만 제 첫 키스였어요. 당신에게 별 의미 없을지도 모르지만 제겐 정말 큰 의미었다구요! 예쁘고 귀여운 여성이 아닌 덩치 크고 재미없는 남자와 첫 키스라니! 하지만 어째서였을까요, 별로 기분나쁘지 않았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죠. 그 뒤로 당신을 계속 의식하게 되었어요. 저도 모르게 당신을 바라보게 되고, 언제 돌아올까 기다리게 되고, 같이 공성전을 가게 되는 날엔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죠. 네, 멍청하게도 전 사랑에 빠져버린거예요. 다른 사람도 아니라 당신에게! 참 신기한일이죠. 죽일 듯이 싫어하던 사람에게 사랑에 빠져버리다니 영화 같은 일이죠. 그나마 나은 점은 당신이 제 원수가 아니라는 점? 내가 당신에게 내 마음을 전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나요? 아니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네, 당신이 기분나빠할 것 같아서요. 당신은 언제나 완벽을 추구했죠. 그리고 당신의 고향인 중국에서 남성간의 사랑이란 죄악시 되는 것이었고 그것은 이곳 영국에서도 다를게 없어요. 당신이 내 마음을 받아드리길 바라지는 않아요. 단지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해서 이 편지를 쓸 뿐이죠. 그리고 조금만 더 바라자면 당신이 제 마음을 역겨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전할게요. 티엔 정, 나 마틴 챌피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FROM. 재단의 숭고한 인재. 마틴 챌피




티엔은 어느새 눈물 젖은 편지를 자신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마틴 챌피. 그는 재단의 숭고한 인재라는 별칭에 부족함 없는 뛰어난 능력자였고 동시에 너무나 매력적인 존재였다. 그의 능력이 불쾌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미워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런 능력에 의지하고 온전히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서도 괜히 그와의 공성일정을 잡고 매일아침 그에게 인사했다. 그가 나에 대한 뒷조사를 하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갔다. 내 마음을 자각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얼마 전 엘리어트 그 사내와 웃고 있는 그를 보는 순간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질투. 생소한 감정이었기에 당황스러웠고 마음을 자각하고 난 후에도 같은 남성을 마음에 담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차라리 내가 먼저 그에게 다가갔어야 했다. 용기내 고백했어야 했다. 결국 난 나의 부족함으로 또다시 내 소중한 것을 읽어버린 것이었다. 마틴 챌피. 그리운 그의 이름을 곱씹었다. 어리석게도 제 목숨까지 바쳐 클론들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구하기 위해 죽어버린 그. 마지막으로 피 흘리며 쓰러져가며 미소지어 주는 모습조차 아름다웠던 그. 만약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번엔 내가 너를 위해서 내 목숨까지 바치겠다. 그리고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내 마음을 전하겠다. 그러니 부디 너와 한번만 더 만날 수 있기를 내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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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초코 2015. 8. 1. 23:03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벚꽃이 흩날린다.

이미 시간은 흘러 너와 기약 없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

만약 이 광경을 다시 한 번 너와 함께 본다면 정말 행복하지 않을까.

너를 알게 된 그날 이후로 사소한 일 하나 하나에 너를 생각하게 된다.

결 좋은 갈색 머리에 상냥하고 활기찬 너.

친구가 많지 않았던 내게 거리낌 없이 다가와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 너.

하지만 나와 달리 매력적인 너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나의 감정을 자각하고서도 섣불리 드러내지도 못하고 그저 그녀와 함께 지내는 그 시간에 감사하던 나날.

어째서 내 감정을 솔직하게 전하지 못한 걸까.

다른 이들과 웃으며 말하는 너를 볼 때 마다 하다못해 남들이 널 대하듯 다정한 말 한마디라도 던지지 못한 어리석은 스스로를 탓한다.

그저 방안에서 홀로 앉아 너를 생각하며 네게 하고 싶었던 말들을 곱씹어 본다.

너와 웃으며 대화하는 나를, 네게 사랑한다 고백하는 나를 상상해 본다.

그렇게 머릿속을 너로 가득 채워 하룻밤을 지새운다.

다음날이 되어도 나는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너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다가가지 못한 스스로를 탓한다.

단지 네가 내게 다가와 다시 한 번 다정히 말을 걸어 줄 그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너만을 바라본다.

어느덧 너를 바라보는 나를 눈치 채고 웃으며 다가오는 너를 바라보며 여전히 다정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단지 나를 향한 너의 관심에 행복해 한다.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너와 함께 있다는 보증은 없지만 적어도 너와 함께 하는 지금 만큼은 너에게 조금 기댈 수 있게 허락해 줘.

어느덧 우리는 졸업을 하고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되었다.

오늘처럼 아름답게 흩날리던 벚꽃 아래 그보다 더 아름답던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작게 사랑한다 전해지지 않을 고백을 한 것을 너는 알고 있을 까.

이렇게 너를 마주 보고 마음을 전할 용기조차 없는 겁쟁이인 나를 너는 가끔이나마 나를 생각해 줄까?

만약 네가 정말 잠시라도 생각해 주었다고 한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아.

비록 전하지 못한 마음이지만 기약조차 없는 만남이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그녀를 향한 마음은 존재하고 있기에 나는 오늘도 너를 생각하고 그리워한다.

너에게 전해지지 않을 고백을 한 이별의 그날처럼 너무나 아름답게 벚꽃이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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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하랑]수련 +19  (0) 2015.10.07
by 냥초코 2015. 4. 18. 16:35

화창한 하늘, 흩날리는 아름다운 벚꽃, 산책중인 귀여운 강아지와 소녀.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모든 관심을 가져간 존재는


"하치만! 우리 모이면 어디 가는 거야?"


누가 뭐라고 해도 분명 내 오른쪽 팔에 매달려 나를 올려다보는 이 귀여운 생명체 토츠카라고 단언한다.


친구라고 부를만한 관계의 사람조차 전혀 없던 나에게 생에 처음 생긴 애인 토츠카는 역시 오늘도 너무나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천사가 내 애인이라니 토츠카는 하늘에서 친구도 존재감도 없는 나를 불쌍히 여겨 내려준 천사가 분명해. 암 그럼.


"하치만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응 토츠카가 천사라는 생각."


"토츠카가 아니라 사이카!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잖아. 설마 하치만 나를 이름으로 부르기 싫은 거야?"


볼을 부풀리며 나를 바라보는 토츠카는 화가 난 듯 보였지만 천사라 화난 모습까지도 너무 귀엽다.


"미안미안. 사이카는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응~ 나는 하치만이랑 가는 곳이면 어디라도 괜찮을 것 같아!."


나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사람이 존재하다니. 천사냐! 진심 천사냐! 


"응 나도 토츠..아니 사이카랑 가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괜찮을 것 같아."


"저기 우리 왔는데 사이카, 힛키."


"저 남자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이니 유이가하마.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지 못하는 것쯤은 우리가 이해해 줘야지."


"어이."


"사이카 야하롱~"


"유이도 야하롱. 잘 지냈어?"


"얼마 전에 사브레가 새끼를 낳아서 조금 바빴어. 괜찮으면 다음에 보러 오지 않을래?"


"정말? 가도 되는 거야? 하치만! 우리 유이네 집에 구경 가면 안 될까?"


그렇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면 위험하다고 토츠카.


"사브레가 벌써 새끼를 낳았다니 세월이 정말 빠르네.“


“꽤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네.”


“아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라고. 분명 3년도 더 전에 처음 만났으니깐. 그럼 사브레한테 줄 선물이라도 사가는 게 좋겠네."


"선물이라니 역시 하치만은 똑똑하네!"


"이래보여도 학과 차석이라고."


"어머 너 같은 남자가 차석이라니 설마 그 학과에는 전부 너같이 한심한 애들만 있는 거야?"


"이봐 고등학생 일 때도 문과만큼은 우수한 나였다고. 너에 비하면 한참 못한 대학이라도 사립대학 중에서 꽤 이름 있는 대학이라고."


이 여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는지 여전히 날카롭게 찔러대는군.


"유키농! 힛키! 오랜만에 만난 건데 싸우지 말고 유키농도 괜찮으면 집에 오지 않을래?"


"미안 유이가하마. 나 오늘은 일이 좀..."


저 완벽해 보이는 여자도 여전히 개는 무서워하는 건가. 역시 신은 공평하단 말이야.


"엣... 바쁜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럼 다음에 꼭 놀러와 유키농!"


"그래. 그래서 어디로 갈지는 정했어?"


"응! 괜찮으면 우리 새로 생긴 디저트 카페는 어때?"


"우리 끼리 얘기해 봤는데 굉장히 평가가 좋다고 해서 한번 가보려고 했거든. 두사람은 어때?"


살짝 옆으로 숙인 고개라니 나를 정말 죽일 생각인거니 토츠카!


천사가 가고 싶어 하는 곳인데 그게 어디라도 당연히 따라가야지. 아 방금건 하치만적으로 포인트 높았어.


"유키농은 어때? 그 카페에 케이크도 맛있고 귀여운 고양이도 한 마리 있다고 하던데."


"그 정도라면 뭐 괜찮은 것 같네. 자 그럼 어서 가자."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도 여전한 모양이군. 저런 모습을 보면 평범한 여자애 같아서 귀엽긴 하지만. 아 그래도 토츠카가 더 귀엽다. 토츠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여워.


"하치만 고개는 왜 끄덕이고 있는 거야? 벌써 유이랑 유키노시타는 가고 있어. 자, 우리도 어서 가자!"


팔짱을 끼고 내게 달라붙은 토츠카의 행동에 몸이 굳어 버렸다.


세상에 토츠카가 내 팔에 팔짱을 끼다니 이건 천사의 축복인가! 그건가 내게 사랑을 베풀어 주는 건가! 이 팔은 씻지 않고 고이 보존해 놓아야지.


"하치만? 갑자기 왜 그래?"


"아니야. 자, 어서 가자."


"응!"


새로 생긴 디저트 카페는 평이 좋은 모양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몇 없는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나는 자리를 잡아 두고 셋은 주문을 하러 가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당연하게도 그 결정과정에 내 의견따위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지만.


뭐 그래도 저렇게 사람이 우글거리는 곳에서 기다리는건 딱 질색이다.


나 같은 외톨이한테 저렇게 사람 많은 곳은 고문이지. 암 그럼.


딱히 할 일도 없어 주위를 둘러보니 여자, 여자, 그리고 커플... 아니 바퀴벌레 한 쌍인가.


하지만 저런 바퀴벌레 리얼충 따위 더 이상 부럽지 않다. 그럼, 나에겐 세상에서 아니 우주에서 가장 착하고 예쁘고 귀여운 토츠카가 있는걸.


그래도 토츠카가 저 여자처럼 나한테 애교를 부린다면... 아 방금은 좀 위험했어. 살짝 코피가 나올 뻔 했다고.


나의 천사 토츠카를 한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곰팡이같이 생긴 남자가 토츠카에게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뭐지 저 남자 처음 보는 놈인데 감히 토츠카한테 작업을 걸어? 물론 토츠카는 귀엽고 착하고 진심 천사라 너무나 매력적이라지만 보라고 불편해 하는 게 눈에 보이잖아 곰팡이남!!


"너 혹시 히키카야?"


질투에 불타고 있는 날 부르는 건 누구냐! 나 지금 바쁘다고! 정말 눈치가 없구만!


짜증스럽게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내 옆에 서 있는 그러니깐...


"어... 그러니깐 카와..."


"카와사키라고. 너 혹시 일부러 그러는 거냐?"


"설마 카와사키. 난 원래부터 남의 이름 따위 외우지 않는 남자라고."


"그런 것 치곤 유이가하마나 다른 애들 이름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던데. 어찌되었던, 네가 이런 곳엔 무슨 일이지?"


"아아... 굳이 표현하자면 동창회? 그런 느낌인가. 유키노시타네가 고른 곳이야 여기."


"하긴 네가 자진해서 올만한 곳은 아닌 것 같군. 아니 시트콤인 너라면 여동생 부탁으로 올 가능성 정도는 있는 건가."


"어이 브라콤인 너한테만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이다."


"브라콤이라니!"


"엇! 카와사키 야하롱~"


"아 유이가하마인가. 그리고 유키노시타, 토츠카였던가."


"오랜만이네 카와사키씨."


"오랜만이야 카와사키 야하롱!"


"셋 다 굉장히 오랜만이네."


"괜찮다면 카와사키 합석하지 않을래? 앗, 유키농이랑 사이카는 어때?"


"어이 내 의견은 무시 하는 거냐?"


"난 상관없어."


"나도! 하치만이 학교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듣고 싶고!"


"나라고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알려줄 수 있는 선에서는 얘기해주지."


본인도 딱히 과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내가 고등학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학과생활에 영 비협조적이라니 의외로 차석이라니 이것저거 얘기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 여자 원래 이렇게까지 말을 잘하는 타입이었던가. 나이가 들더니 성격이 변하기라도 한건가.


아니 브라콤이라던가 평소 모습이라던가 생각해보면 분명 그거다.


외톨이인 나를 놀리는게 재밌어서 참여한다던가 그런거다 분명.


젠장.


"그러고 보니 한번 좋다고 은근히 어필하는 여자애가 있었지. 애인도 없는 것 같은데 그 애한테 눈길 한번 제대로 안주더라고." 


"설마 하치만 얘기 안 해준 거야?"


"응?"


"나랑 하지만 사귀고 있어 카와사키."


"뭐?!"


카와사키는 상당히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착하고 귀여워서 인기 만점인 토츠카에게 남자 애인인 나라는 존재가 득이 될 리는 없어서 유이가하마와 유키노시타, 코마치 이외에는 아무도 우리의 교제사실을 알려 두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토츠카와 사귀게 된 것도 내가 무의식중에 고백한 것을 토츠카가 착해서 받아준 것뿐이었으니 딱히 떠벌리고 다닐 입장은 아니었고..


"딱히 묻지도 않았는데 얘기하긴 그래서. 딱히 얘기할 필요도 없고.."


토츠카가 언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나를 떠날지도 모르는데 괜히 나 같은거랑 사귄다는 거 말해 봐야 민폐고...


"하긴 굳이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얘기하긴 당신 같은 남자한텐 힘들지도 모르겠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남자이니."


"너 정말..."


"카와사키는 어때? 힛키랑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라고 놀림 받는 건 아니지?"


"너희 정말 날 뭐라고 생각 하는 거냐. 내가 무슨 놀림이나 왕따의 원인 같은 거냐."


"다행이도 그런 일은 없었어. 이 남자 꽤 존재감 없으니깐. 있는지도 모르는 애들도 꽤 많을껄."


"힛키 정말 여전하구나..."


“역시 히키가야균 대단하네.”


“어이. 너희들 정말...”


결국 나의 대학생활에 대한 이야기와 나에 대한 앞담으로 오늘의 만남은 끝이 났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웃으며 인사하고 각자 집으로 향했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저기 토츠카 무슨 일 있는 거야?"


토츠카는 나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나의 손목을 잡아채고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향하였다.


"잠깐.. 토츠카 잠시만...!"


강하게 나를 끌고 가는 토츠카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아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게다가 본인보다 더 큰 나를 이렇게 끌고 가다니 겉보기엔 토츠카가 더 약해 보이는 몸이지만 역시 고등학교 때 부터 지금도 계속 테니스를 하고 있는 토츠카와 힘은 늘 학교와 집만 반복하는 나랑은 비교가 안 되는 걸까.


귀엽고 착하고 예쁘기까지 한데 강하기까지 하다니 토츠카 완전 멋져! 역시 왕자님!


아니 지금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가.


정신없이 그에게 이끌려 집에 도착한 후 그가 멈춘 곳은 안방이었다.


나의 양 팔을 잡고 침대 위로 넘어뜨린 토츠카의 표정은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았다.


토츠카의 화가 난 모습은 평소에 보지 못했던 만큼 상당히 무서웠다.


"하치만. 왜 또 성으로 부르는 거야? 응?"


"아니 잠시만 토ㅊ"


"사이카"


"응 사이카. 진정해."


천사님께서 그렇게 화난 얼굴로 바라보시면 저같은 인간은 어쩔 줄 모른답니다. 이대로 울어버릴지도 모른답니다. 천사님마저 절 이렇게 거칠게 대하시면 저 정말 상처받는답니다.


코마치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내가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내게 다정했던 토츠카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이렇게 까지 화내지 않던 그를 결국 화나게 해버린 걸까. 이렇게 까지 화를 내는걸 보니 역시 나한테 질려버렸으려나.


지금까지 나와 사귀어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지만 조금 아니 많이 슬플지도.


"솔직히 얘기해줘 하지만."


"응"


"나랑 사귀는 건 나에게 고백 했던 건 역시 장난 이었던 거지? 응? 그래서, 카와사키랑 몰래 사귀고 있던 거야? 아니면 그 여자를 좋아하고 있던 거였어?"


"그게 무슨...!"


"그래. 그렇겠지. 솔직히 하치만이 장난삼아 고백 한 거란 걸 알면서도 내가 욕심이 나서 냉큼 받아들여버렸어. 착하고 능력도 좋으니깐 어떻게 되었던 나와 사귀게 된다면 먼저 날 버리지 못할 거란 건 알고 있었으니깐. 당장은 날 좋아하지 않더라도 날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뭐야? 그 여자 좋아 하는 거야? 왜 나랑 사귀는 걸 말하지 않은 거야? 응?"


"잠시만 그건 오해야!"


"그래도 하치만, 난 포기 안 해. 하지만의 애인은 나인걸. 먼저 고백한건 하지만이니깐 그렇지?"


위험해. 토츠카의 눈을 보니 확실히 지금의 토츠카는 온전한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이러다가 나 정말 위험한 거 아닌가. 천사님 이러지 마세요.


갑작스런 토츠카의 고백에 머릿속이 혼란스럽긴 하지만 지금은 토츠카의 오해부터 풀어줘야지 안 그러면 정말 잡아먹힐지도...?


“사이카.”


“응 하치만.”


"사이카 내가 좋아 하는 건 너야. 카와사키가 아니라."


"거짓말. 그럼 왜 나랑 사귄다는 걸 비밀로 한 거야."


"그때, 네가 내 고백을 받아들인 게 날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넌 착하니깐 내가 불쌍해서 그때 그 고백을 받아들인 건 줄 알았던 거야. 설마 착하고 귀엽고 인기 많은 사이카가 진심으로 날 좋아한다고는 생각 못했어. 만약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놓아주어야 하니깐 네게 짐이 되기 싫어서 흉이 되기 싫어서 말하지 않았던 것뿐이야. 미안 사이카."


"정말이야?"


"넌 인기도 많잖아. 아까 카페에서도 헌팅 당하고 난 공부도 외모도 다 어중간하니깐 나랑 사귀는 건 장난이나 동정이나 뭐 그런 거라고 생각 했던 거고. 사이카 같은 사람을 내가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어."


"정말정말정말?"


"그래. 코마치를 걸고 난 진심을 말한 거야."


"나도 하지만이 제일 좋아. 난 하치만이 생각하는 것처럼 착하지만은 않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의 고백을 받아들일 정도도 아니고 하치만의 고백이 장난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하치만을 잡아두고 싶어서 냉큼 고백을 받아들였던걸."


"그래도 사이카는 코마치 만큼 아니 코마치보다 더 착해. 정말이야. 적어도 나한테 사이카는 수호천사인걸."


"엣. 수호천사?"


"응. 천사."


"히힛. 그래. 그럼 내가 하치만의 수호천사가 돼줄게! 대신 하치만 평~생 나랑 같이 있어야해! 난 하치만의 수호천사이니깐. 


"나야 그래주면 고맙지."


아 토츠카의 웃는 얼굴 치유된다.


"하치만 정~말 좋아해!!"


응 나도 좋아해 토츠카.


그런데... 음.... 토츠카 왜 나를 놓아주지는 않니. 뭔가 조금씩 벗겨져 나가는 건 내 착각인걸까. 점점 허전해 져 가는 건 내 기분 탓 인거지? 응? 


저기요. 토츠카씨? 사이카씨? 손이 어디로 가시는건가요.


설마... 나 정말 잡아먹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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