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시리도록 아름답게 어두운 밤길을 비춰온다. 몇 번인지 모를 여자. 내게 수줍게 안겨오는 몸은 한껏 욕망에 젖은 눈빛을 하고 있다. 여자는 싫지 않다. 사내와 달리 여성의 몸은 부드럽고 탄력적이며 향기롭다. 그래 그녀들은 그대와는 달랐다. 그리고 이 여인도. 지금까지 그대를 거쳐 내게 온 여인들은 그대의 성격을 정직하게 대변해주듯 한결같았다. 그래서 더욱 그대에게서 빼어내기 편했지만. 멀리서 그대의 매서운 눈길이 느껴진다. 흥분한 듯 내게 고운 입술을 밀어내려던 손짓을 멈추고 부드럽게 그리고 정중하게 있지도 않은 애정을 만들어 그녀에게 입을 맞춘다. 보란 듯 한껏 사랑을 담아 여인을 바라본다.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이다. 그대가 사랑하는 것은 질투가 일지만 그대의 일부를 대한 다 여기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오늘 즐거웠어요. 잘가요.”


무료한 시간은 흘러가고 미약한 온기를 남기고선 떠나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은 제가 사랑 받는다 여기겠지. 이미 그녀안의 죄책감은 덧데여 져 짖무르고 그저 제 연인이 아닌 다른 이와의 특별한 로맨스이다 그리 믿고 떨리는 심장을 안고 있겠지. 그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그 입으로 내게 수줍게 속삭여오고, 그의 입술과 맞닿은 발간 입술을 내게 부비려 들겠지. 괘씸하게도. 하지만 괜찮다. 이 여인 또한 그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터이기에. 멀리서 정확하게 정박 저벅거리며 다가오는 구두소리가 귓전을 때려온다. 주책없는 심장은 벌써부터 제 마음을 들려주듯 뛰어댄다. 게걸스럽게 그의 애정 한줌이라도 더 얻어 보겠다 갈구하는 마음은 어서 유혹해내라 저를 충동질 한다.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당연하게도 곱지만은 않았다. 한껏 입꼬리를 끌어올려 예쁘게 미소를 자아내 그를 맞이한다. 다가오는 성난 그대의 얼굴이 내 욕망을 충동질한다. 하지만 미움 받기 싫어 애써 그 욕망을 눌러 내린다. 


“어서와요 티엔.”


다정한 온기를 담아 애정 어린 인사를 전하지만 전해 받은 것은 한껏 성난 분노. 사내의 쥐여진 손이 잘게 떨리며 다른 손으로 목 언저리의 옷깃을 잡아 멱살을 들어올린다. 사나운 그의 힘에 몸뚱이는 등 뒤로 차가운 벽이 그의 몸을 갈긴다. 다가온 고통이 쓰리지만 그를 위해 여전히 곱게 보일 미소를 유지한다. 마주친 눈동자는 나를 향한 시리도록 냉장하지만 그 안에 강렬한 분노를 품고 있었다. 이것은 온전히 나만을 향한 감정. 그것을 인식하자 뒷목부터 허리선을 지나 부드럽게 쓸어 간질이듯 묘한 쾌감이 자극해온다.


“이번에도 우연이라고 말할 텐가 마틴.”

“우연 따위 아니란 거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티엔.”

“더러운 놈.”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타오르는 분노와 달리 냉기 도는 공기에 젖어버린 얼굴은 시리다. 이번 제 연인을 빼앗긴 분노가 그리도 컷 던 것일까. 지금껏 제 행태에도 모른 척 넘어가던 사내가 유독 성나게 구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 여인네가 무어라고 제가 온전히 소유해도 부족할 사내의 애정을 가져간단 말인가. 방금 전까지 달콤한 말을 속삭여댄 여인의 몸을 찢어발기고 싶은 욕구가 전신을 휘감아오는 듯 했다. 역시 살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여인의 입술에 발려있던 체리향이 미약하게 입술에 남아 그의 코를 간질여온다. 그 상큼하고 달디 단 내음이 마음을 되려 어지럽혀온다. 톡 하면 맞닿을 듯 가깝게 자리 잡은 티엔의 숨결이 그를 간질인다. 성난 표정아래 푸르게 질린 그의 입술이 어른거린다. 이내 차마 나오지 못했던 서린 욕망이 터져 나와 제 앞의 사내를 탐한다. 차갑게 기혐을 토해내는 입과 달리 맞닿은 그의 입술은 뜨거웠다. 


by 냥초코 2015. 10. 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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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이별을 맞이했다. 기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벌써 한달여간의 섹스리스 생활, 몇 안 되게 함께하던 시간인 저녁시간은 이미 그 의미를 잃은 지 오래였다. 함께 쉬던 침대는 언제나 한쪽이 비어 차게 식어있었다. 그저 남아있는 미약한 체취만이 서로의 존재를 증명해 내 줄 뿐. 그대를 볼 때마다 격렬하게 뛰던 심장도 어느새 식어버려 기저 그대를 닮은 정박으로 그대를 대하였다. 아마 그대 또한. 내 나이 스물아홉. 젊다고 하기엔 이미 흘러버린 시간이 너무나 컸다. 나와 달리 젊고 능력 있는 그대는 아마 금방 나를 잊고 또 다른 인연을 자아내겠지. 


"저 이번에 결혼해요." 


쥐어짜듯 내뱉은 그 말에 그대는 너무나도 담담하게 그저 당연한 말이라는 듯 축하의 말을 내뱉었다. 나 또한 그 무정한 답에 미련 없이 뒤돌았을 터였다. 분명 그랬을 터였다. 가슴 한 구석이 시려온다. 주적주적 내리는 빗물을 그저 하나 되듯 내 몸에 흘려 운다. 서늘한 추위에 몸이 잘게 떨려오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저 그렇게 몸을 적셔내고 싶었다. 어느새 도착한 그대와의 공간. 이제는 덧없이 사라질 추억에 불과한 그곳의 문을 나는 열었다. 반기는 것은 외로운 텅 빈 공간. 어쩌면 당연하게도 더 이상 그곳에 당신은 없었다. 어째서일까 흐르는 물이 바닥을 적셔내고 내 마음까지도 축축하게 물 먹인 듯 아릿한 고통을 자아낸다. 의미 없는 외로운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그대가 내게 남기고 간 씨앗은 어느새 물먹은 내 심장에서 자라나 그 꽃을 피워내고 날카로운 가시가 내 심장을 쥐어온다. 조금씩 파고드는 고통은 너무나 힘들어서 붉은 눈물을 뚝뚝 흘려 운다. 이 꽃이 미련인지 그리움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이 꽃 또한 시들겠지 그리 믿으며 기척 없는 밤, 아련한 추억만이 가득한 냉기서린 침대를 외로운 온기로 네가 없는 침대를 홀로 데워본다.

기쁨 없는 축복이 넘치는 결혼식. 나와 함께하게 될 여인은 그대와는 조금 다른 여인이다. 그대와 달리 수줍음 많고 그대와 달리 부드러운 몸을 지녔다. 그대의 땀내 나는 향기와는 달리 언제나 달콤하고 향긋한 내음이 내 코를 간질인다. 발갛게 물들인 볼을 하고선 그대를 닮은 결 좋은 검은머리가 넘실거리는 여인이 내게 웃어 보인다. 백합처럼 순결하고 고운 자태를 지는 그녀는 눈같이 하얀 베일을 한 그녀가 나풀나풀 내게로 다가온다. 언제나와 같이 덧대어진 미소를 지어 보인다. 수줍게 고개를 숙이는 여인이 귀여워 보인다.


“정말 아름다워요.”


그녀의 밤하늘 같이 은은한 머릿결을 손에 모셔 입을 맞춘다. 부드러운 꽃 내음이 코를 간질인다. 그러고 보면 그녀와 당신이 아주 닮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유독 맘에 들던 이 흑단 같은 머리칼과 그 또래 소녀답지 않은 당당함을 볼 때면 가끔 아주 가끔 그녀에게서 그대를 찾아보곤 했다. 그리고 지금도. 아 그래 어쩌면 나는 여전히 그대를 잊지 못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 모든 기우는 내 죄책감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몰랐다. 그대가 아닌 다른 이에게 거짓된 사랑일지라도 그것을 속삭인다는 죄책감. 그리고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그대는 보기보다 여린 이니 모든 것을 알았더라도 내게 부러 묻지 않았겠지. 저벅저벅. 올곧은 발자국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가슴 한 구석이 간질인다.


“여기 있었군 챌피.”

“와주셨군요 티엔.”


언제나와 같이 무뚝뚝한 고운 얼굴이 나를 마주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이 느껴진다. 그래 나는 이 재미없는 존재를 지독히도 사랑했다. 그리고 아마도 사랑하고 있다.


“그녀를 보내는 게 좋지 않겠나? 신부의 얼굴을 식 전에 외간남자가 보는 것은 법도가 아닐 터.”


그제야 제 옆에 서 있는 여인이 눈에 들었다. 저보다 큰 낮선 사내가 두렵지 않은 것인지 베일 너머로 그를 바라보는 굳센 시선이 느껴지는 듯 했다.


“잠시 자리 좀 피해줄래요? 미안해요. 그럼 나중에 봐요.”


사랑은 없지만 애정이 깃든 입맞춤을 그녀의 고운 머리에. 그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아마 그대의 표정은 언제나와 같이 고요한 빛을 띠고 있겠지. 작은 새를 떠나보내고 그제야 그대를 마주한다. 그대는 여전히 젊고 고아하고 강인한 매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내가 지독히도 애증 했던 고요함까지도. 그대의 빠질 듯이 깊고 청명한 눈동자가 보인다. 홀린 듯 그저 멍하니 그대의 눈을 바라본다. 아, 비록 읽히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대의 눈동자에 담긴 분노와 끈적이는 욕망까지.


“축하한다.”

“고마워요.”


진심이 숨겨진 먼지마냥 그저 의미 없는 말들. 하지만 우리 둘 중 어느 쪽도 감히 이 모든 것을 그만 둘 자신이 없는 겁쟁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작은 새를 상처 입힐 자신도, 서로의 관계를 드러낼 자신도, 서로를 붙잡을 자신도. 고요한 적막 속,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눈길만을 끝없이 탐하였다. 오늘은 재단의 인재 마틴 챌피의 결혼식이었다.



by 냥초코 2015. 10. 17. 23:04

1. 대표자 성함(입금자명) / 닉네임 : 채지수/뀨베

2. 부스 참가자 명 : 뀨베, 폰, 머랭

3. E-mail : cowlduk@gmail.com

4. 부스 규모 : 한부스

5. 참가 커플링 : 티엔마틴, 릭마틴, 제키마틴, 모브마틴

6. 서클 컷 : (웹게시용) 가로 200 x 세로 150 x 해상도72



7. 부스 소개 : 마른 커플링 썰 모음 썰북, 티마회지, 티엔마틴모브19금 회지, 그랑플람 노트 외 굿즈들을 판매할 예정입니다만...

8. 수위 여부 : 19금 회지 有

by 냥초코 2015. 10. 17. 02:42

마틴은 영국에서 뛰어난 시계장인 가문의 출신으로 상당히 부유한 집안의 외동아들로 금실로 곱게 이어낸듯한 결 좋은 금빛 머리칼을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소년이었다. 하지만 부모님들이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마틴의 친척들이 부모님의 재산들을 빼돌렸고 마틴은 하루아침에 가진것은 몸뚱이 뿐인 신세가 되었다. 마틴은 자신의 부모님들과의 추억이 담겨있는 것들마저 전부 빼앗아간 친척들을 증오했으며 무력하게 그저 당하기만 해야 했던 약한 자신을 혐오하고 동시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을 증오했다. 아름다운 꽃을 피울 꽃망울은 자신의 것을 앗아간 이들로 인해 독을 품게 되었다.


마틴은 살아남기 위해 길가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생전 부모님들이 말씀하셨던 대로 언제나 정직하게 살아가겠다고 맹세했지만 작은 소년은 살아남기 위해 가슴속에 있던 맹세마저 포기해버렸다. 그는 살기 위해 소매치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엔 서툰 소매치기 솜씨로 몇 번이나 사람들에게 걸려 많이 맞기도 하고 경찰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는 생활을 하기 일쑤였다. 게다가 곱상하게 생긴 탓에 길거리에서 지내면서 노예상인들의 표적이 되거나 질 나쁜 이들의 노리개가 될뻔 한 일들도 있었다. 한번은 그에게 일자리를 소개시켜준다면서 그를 좁고 어두운 곳으로 이끌었고 다행이도 이상한 것을 미리 눈치 챈 그가 서둘러 그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었다. 그 뒤로 마틴은 성인이 자신에게 호의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했고 멀리했다.


그날도 마틴은 거리를 다니며 적당한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사람들, 길거리에 사는것이 훤히 보이는 낡은 옷을 입은 더러운 몰골의 사람들을 혐오스럽게 쳐다보는 사람들, 구걸하는 사람들과 그들에게 동정어린 시선이나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 중, 마틴은 보기 드문 흑발의 동양인 사내를 발견했음.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생전 자신의 아버지가 즐겨 입으시던 상당한 고가의 양복이었고 그가 신고 있는 구두도 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브랜드의 구두가 특히 눈에 띄었다. 


‘저 남자 정도라면 지갑도 두둑하니 괜찮겠지? 오늘은 운이 좋은걸!’


마틴은 아마 지갑이 들어가 있어 두툼한 것으로 보이는 그의 주머니를 보고 마틴은 태평한 척 그에게 접근해 그의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슨 짓이지?"


사내는 마틴의 손을 잡은 채 차가운 눈으로 마틴의 눈을 노려보았다. 마틴은 사내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가려 했지만 다 큰 성인인데다 웬만한 성인들 보다 더 단단해 보이는 몸을 지닌 사내의 손아귀로부터 쉽게 도망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마틴은 자신의 손을 빼내기 위해 끙끙거렸지만 사내는 그런 마틴을 우습다는 듯이 쳐다볼 뿐이었다.


"대낮부터 대담하게 소매치기를 시도하다니 그 배짱만큼은 칭찬해 주지. 하지만 상대가 나빴군."


마틴은 여전히 강하게 자신의 팔을 쥐고 있는 사내의 손을 강하게 물어버리고는 사내가 고통에 자신의 손을 놓은 사이 있는 힘껏 내달렸다. 자신의 은신처로 돌아온 마틴은 그새 시퍼렇게 멍이 든 자신의 팔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보며 한숨을 쉬었다. 소매치기를 시작한지 꽤 시간이 지났고 점점 경험이 쌓이면서 최근엔 한 번도 걸리지 않았는데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며 한동안은 그 근방에선 조심하리라 다짐했다. 다음날 마틴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지냈고 스스로 살아남 기 위해 비록 오른팔이 아팠지만 애써 그것을 참으며 길거리로 나가야만 했다. 평소와 같이 적당한 타겟을 물색하던 마틴의 어깨에 낮선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마틴은 혹여 자신에 대해 신고한 누군가에 의해 경찰이 나온 것일까 걱정되어 한껏 굳은 몸을 하고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여기 있었군."

"당신은!"


티엔은 중국에서 온 신흥재벌로 영국 쪽의 기업들과 교류를 트기 위해 방문한 참이었다. 서방에 온 것은 처음이었던 티엔은 영국이란 나라를 구경해 보자는 생각에 거리를 돌아다니니 자신을 흘깃흘깃 바라보는 낮선 이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영국에선 아직은 동양인이 흔하지 않았던 탓인지 어디로 향하더라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라다녔다. 울타리안의 동물이 된 것 같아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언짢은 기분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계획을 취소하고 숙소로 가기위해 몸을 돌렸다. 순간 툭 하고 자신의 몸을 치면서 자신의 주머니 쪽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티엔은 본능적으로 소매치기라는 것을 눈치 채고 범인의 어깨를 강하게 잡아 쥐었다. 범인을 잡아 돌려 확인을 해 보니 금발의 카라멜을 녹인 것 같이 부드러운 색의 눈을 가진 꾀죄죄해 보이는 소년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것이 사냥당한 토끼 같아 귀엽게 느껴졌다.


빛나는 금을 그대로 갈아 넣은 것 같은 머리칼, 복숭아마냥 한입 베어 물면 그대로 과즙이 흐를 것 같은 뽀얗고 발간 볼, 금빛으로 빛나는 은은한 달을 박아 넣은 것 같은 고요하지만 깊은 눈. 티엔은 순간 혹시 요정이 제게로 날아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었다. 꽤 곱상하게 생긴 것이 곱게 자란 듯 보였지만 곳곳에 보이는 자잘한 상처나 씻지 못한 것 같이 보이는 게 아마 길거리에서 지내는 소년 같아 보였다. 평소 같았으면 생각할 것도 없이 소매치기범을 서에 넘겼겠지만 티엔은 왠지 이 소년에게 흥미가 갔다. 티엔은 소년에게 이번일은 눈감아 줄 테니 시종이 될 것을 권유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티엔이 입을 땐 그 순간 그의 손에서 고통이 느껴져 소년을 잡고 있던 손을 그만 소년의 어깨에서 떼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소년은 그 찰나의 순간에 이미 저 멀리 달려가고 있었다. 방금까지 자신의 손안에 있었던 요정 같은 소년을 떠나보내고 티엔은 허망하게 소년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약간 아릿한 손을 보니 소년이 깨문 것인지 작고 오밀조밀한 잇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꽤나 사나운 꼬맹이로군."


티엔은 소년이 물고 지나간 자국을 슬쩍 핥으며 한쪽 입가를 끌어올렸다. 그날부터 티엔은 그 작은 금빛 새를 찾기 위해 꽤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조수로 데려온 하랑은 겨우 길가에 사는 어린애나 찾는일을 시킨다며 투덜거렸지만 대신 공부를 빼주겠다고 하자 오히려 저가 신이나 길거리를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소년에 대한 정보를 모으면서 조금씩 단단한 우리를 조여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을 만났던 거리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티엔은 다시 한 번 자신을 한껏 홀려놓았던 작은 요정을 마주할 수 있었다. 혹여나 부서져버릴까 다시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소년의 어깨를 쥔 티엔은 고요한 물에 작고 아름다운 꽃잎이 떨어져 파동이 생기듯 소년과의 재회로 언제나 잔잔하던 마음속이 울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티엔은 자신의 기쁜 마음과는 반대로 소년은 귀여운 눈이 잔뜩 커진 것이 꽤나 놀랍고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마냥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티엔은 소중한 것을 품에 안듯 소년을 안아들고는 제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리며 토끼 같은 솜주먹으로 제 가슴을 쳐대는 소년의 행동에 걱정 어린 말을 내뱉었다. 


“그렇게 갓 태어난 새끼마냥 버둥거리다 이대로 떨어지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머리를 부딪히면 크게 다칠게 뻔 한 이런 길바닥에서?” 


분명 걱정에 우러나온 말이었지만 그런 티엔의 말도 남들이 듣기에는 걱정은커녕 협박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뚝뚝하고 무심한 어투였다. 소년은 티엔의 그 말을 듣고는 움직임을 뚝 멈추더니 티엔의 코트를 꼬옥 쥐고는 그의 넓은 가슴에 자그마한 얼굴을 묻었다. 티엔은 자신의 품에 조용히 안겨있는 소년에게서 나는 어린아이 특유의 달달한 내음과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독하게도 매혹적인 꽃향기와도 같은 소년의 체취를 몰래 마음껏 탐하였다.


by 냥초코 2015. 9. 25. 19:06

(티엔마틴)취중떡썰++19

2015. 9. 2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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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러져 가는 시간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변했고 그것은 마틴 챌피에게도 해당되는 말이었다.

전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금가루를 갈아둔 같은 찬란하게 빛나는 머리칼과 바닐라처럼 달콤한 목소리.

하지만 시간은 그에게서 소리의 영혼을 앗아갔으니 그는 여전히 마음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더 이상 새들의 연주도, 길가의 정겨운 이야기소리도, 사랑하는 이의 달콤한 연정의 속삭임도 듣지 못했다.


그는 슬펐다.

더 이상 연인의 목소리가 닿지 않아서.

그는 괴로웠다.

그를 위로해주던 연인의 속삭임이 닿지 않아서.

그는 외로웠다.

마음을 읽지 못하는 연인의 마음을 전해 받을 수 있던 연결고리가 사라져 버려서.


"티엔씨..."


치료를 해보았지만 여전히 돌아오지않는 소리였지만 그의 부탁으로 다니게 된 닥터 까미유의 병원.

평소처럼 그에게 검사를 받고 먼저 나와버린 자신을 대신해 닥터 까미유를 만나고 온 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어짜피 헛된 희망이란거 알고 있으면서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못하는 내사랑.

당신은 여전히 서툰 사람이군요.

걱정시키기 싫어 애써 표정을 갈무리하려 하지만 제겐 다 보이는걸요.

그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그의 소리도 듣지 못하게 된 후부터 아니 당신을 마음에 품은 그때부터 당신의 작은 표정까지도 전 전부 알아봤는걸요.

마틴은 자신을 아프게 바라보는 자신의 연인을 조심스럽게 안아주었다.


"티엔 전 괜찮아요. 당신을 듣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당신은 내 곁에 있는걸요. 다른 이들의 소리는 아직 제 능력이 있으니깐 그러니깐 걱정 하지 마요."


강하게 안아 들어오는 연인의 슬픔이 마틴의 가슴을 조금씩 적셔 갔다.

마틴은 그것이 너무 슬프고 안타까워서 애써 참아내던 아픔을 풀어내 울음으로 떨리는 몸을 움직여 자신의 품안에 있는 연인을 더욱 강하게 안았다.


"그런데 티엔 당신을 듣고 싶어요. 한번만 더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요. 안되는 거 아는데 이러면 당신이 더 힘들 거 아는데 그래도 단 한번만이라도 그대의 음을 듣고 싶어요."


울음을 머금은 목소리로 쥐어뜯듯 내뱉는 그의 말에 조심스럽게 그의 품에서 벗어난 사랑하는 임의 슬픔어린 눈빛과 떨리는 손길만이 그에게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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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초코 2015. 9. 12. 22:23

언제나 차분하게 빛을 내던 사내의 머리칼은 눈물과 땀으로 범벅이 되 척 보기에도 엉망으로 뻗혀있었고 그런 사내의 위에는 사내에 비해 단단하고 거대한 검은 머리의 사내가 그의 위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금발의 사내의 양 손은 검은 사내의 한손으로 간단히 제압당한 채 속절없이 흔들리고만 있었다

금발의 사내는 앙눌린 입을 열고 울음기 섞이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꺼내었다.



"왜 그러셨어요 티엔씨."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마틴."


"대체 왜 그러신거에요."


"내게 집중해라 마틴."


"그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그저 우리는 사랑한"


"닥쳐라! 지금 네 위에 있는 게 누구인지 똑똑히 봐라 마틴. 지금 네 안에 있는 것도 너와 함께 있는 것도 바로 나란 말이다."


"그는 제가 사랑하고 의지한 유일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그는 존재하지 않지."


"그는 내 유일한 빛이었어요."


"더 이상 당신의 옆에서 빛나지 못하는 빛 따위 무가치하다."


"티엔 이래선 당신은 내게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거에요."


"어짜피 그대의 마음이 내게로 향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적어도 당신의 몸만큼이라도 내가 구속해주지 마틴."


"아..그래요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죠. 티엔 불쌍한 사람. 당신이 제 몸을 이렇게 탐한다고 하지만 결국 그대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죠."


"아직도 그렇게 입을 놀릴 힘이 남아 있었나보군. 이제 누가 당신의 옆에 있는 존재인지 똑똑히 각인시켜주지."



검은 머리의 사내는 자신의 것을 더욱 강하게 쑤셔 박으며 더욱 깊고 거칠게 그를 탐하기 시작했다.

질척거리는 소리 살과 살이 부딪혀 나는 자극적인 마찰음 방안 가득히 퍼지는 밤꽃향기.

이내 그의 안에서 절정을 맞이한 그는 이미 기절해버린 금빛 머리의 사내의 말라버린 눈물을 핥아 올렸다.



"나는... 잘못되지 않았다. 너는 내게 작은 여지조차 주지 않을 테니."



사내는 붉게 부어오른 금빛 사내의 손목을 쓰다듬으며 오래 그린 사람을 바라보듯 얼핏 보면 그 자국을 만든 것이 그가 아니지 않은가 착각할 정도로 너무나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마틴, 네게는 그가 사랑이며 단 하나의 빛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네가 첫사랑이기에, 내가 처음으로 이렇게나 욕심을 낸 단 하나의 존재이기에 널 포기할 수 없다. 절대로."



by 냥초코 2015. 9. 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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