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시리도록 아름답게 어두운 밤길을 비춰온다. 몇 번인지 모를 여자. 내게 수줍게 안겨오는 몸은 한껏 욕망에 젖은 눈빛을 하고 있다. 여자는 싫지 않다. 사내와 달리 여성의 몸은 부드럽고 탄력적이며 향기롭다. 그래 그녀들은 그대와는 달랐다. 그리고 이 여인도. 지금까지 그대를 거쳐 내게 온 여인들은 그대의 성격을 정직하게 대변해주듯 한결같았다. 그래서 더욱 그대에게서 빼어내기 편했지만. 멀리서 그대의 매서운 눈길이 느껴진다. 흥분한 듯 내게 고운 입술을 밀어내려던 손짓을 멈추고 부드럽게 그리고 정중하게 있지도 않은 애정을 만들어 그녀에게 입을 맞춘다. 보란 듯 한껏 사랑을 담아 여인을 바라본다. 그리 어렵지는 않은 일이다. 그대가 사랑하는 것은 질투가 일지만 그대의 일부를 대한 다 여기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오늘 즐거웠어요. 잘가요.”


무료한 시간은 흘러가고 미약한 온기를 남기고선 떠나가는 여인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인은 제가 사랑 받는다 여기겠지. 이미 그녀안의 죄책감은 덧데여 져 짖무르고 그저 제 연인이 아닌 다른 이와의 특별한 로맨스이다 그리 믿고 떨리는 심장을 안고 있겠지. 그에게 사랑을 속삭였던 그 입으로 내게 수줍게 속삭여오고, 그의 입술과 맞닿은 발간 입술을 내게 부비려 들겠지. 괘씸하게도. 하지만 괜찮다. 이 여인 또한 그와 나 사이의 연결고리가 될 터이기에. 멀리서 정확하게 정박 저벅거리며 다가오는 구두소리가 귓전을 때려온다. 주책없는 심장은 벌써부터 제 마음을 들려주듯 뛰어댄다. 게걸스럽게 그의 애정 한줌이라도 더 얻어 보겠다 갈구하는 마음은 어서 유혹해내라 저를 충동질 한다.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당연하게도 곱지만은 않았다. 한껏 입꼬리를 끌어올려 예쁘게 미소를 자아내 그를 맞이한다. 다가오는 성난 그대의 얼굴이 내 욕망을 충동질한다. 하지만 미움 받기 싫어 애써 그 욕망을 눌러 내린다. 


“어서와요 티엔.”


다정한 온기를 담아 애정 어린 인사를 전하지만 전해 받은 것은 한껏 성난 분노. 사내의 쥐여진 손이 잘게 떨리며 다른 손으로 목 언저리의 옷깃을 잡아 멱살을 들어올린다. 사나운 그의 힘에 몸뚱이는 등 뒤로 차가운 벽이 그의 몸을 갈긴다. 다가온 고통이 쓰리지만 그를 위해 여전히 곱게 보일 미소를 유지한다. 마주친 눈동자는 나를 향한 시리도록 냉장하지만 그 안에 강렬한 분노를 품고 있었다. 이것은 온전히 나만을 향한 감정. 그것을 인식하자 뒷목부터 허리선을 지나 부드럽게 쓸어 간질이듯 묘한 쾌감이 자극해온다.


“이번에도 우연이라고 말할 텐가 마틴.”

“우연 따위 아니란 거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티엔.”

“더러운 놈.”


사랑하는 이의 얼굴은 타오르는 분노와 달리 냉기 도는 공기에 젖어버린 얼굴은 시리다. 이번 제 연인을 빼앗긴 분노가 그리도 컷 던 것일까. 지금껏 제 행태에도 모른 척 넘어가던 사내가 유독 성나게 구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그 여인네가 무어라고 제가 온전히 소유해도 부족할 사내의 애정을 가져간단 말인가. 방금 전까지 달콤한 말을 속삭여댄 여인의 몸을 찢어발기고 싶은 욕구가 전신을 휘감아오는 듯 했다. 역시 살려두는 게 아니었는데. 여인의 입술에 발려있던 체리향이 미약하게 입술에 남아 그의 코를 간질여온다. 그 상큼하고 달디 단 내음이 마음을 되려 어지럽혀온다. 톡 하면 맞닿을 듯 가깝게 자리 잡은 티엔의 숨결이 그를 간질인다. 성난 표정아래 푸르게 질린 그의 입술이 어른거린다. 이내 차마 나오지 못했던 서린 욕망이 터져 나와 제 앞의 사내를 탐한다. 차갑게 기혐을 토해내는 입과 달리 맞닿은 그의 입술은 뜨거웠다. 


by 냥초코 2015. 10. 25.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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